GDC Vault에 올라온 영상을 하나둘 보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되새기려는 건 가끔 내용 요약을 올리려고 한다. 1탄은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조쉬 소이어(Josh Sawyer)가 "뉴 베가스의 선택 구조와 플레이어 표현, 서사 설계"을 다룬 발표.

어떻게 가지치기 대화를 바탕으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표현하게 하고 시나리오 상의 요구도 충족시켰는지 개략적으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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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크게 선형적인 시네마틱과 키워드, 그리고 가지치가 있다. 요즘 게임에서 가장 흔한 시네마틱은 미리 정해진 캐릭터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키워드 방식은 플레이어가 정보를 듣고 싶은 키워드를 선택한다. 키워드 방식은 선택이지만 플레이어 작인(作因, agency)을 제공하지 않는다. 가지치기에서는 선택이 게임플레이와 이야기를 바꾼다.

가지치기는 구성하기가 꽤 까다로운 편인데, 그럼 왜 가지치기를 쓸까?

먼저 플레이어가 이야기 전개를 결정하도록 해 이야기 속 역할을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캐릭터 작인도 제공한다. 그리고 이 선택으로 전술적/전략적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대화란 그것 자체가 게임플레이다. 대사 선택이 장단기적으로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 된다면 플레이어는 주의를 기울여 생각하고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서사 콘텐츠의 반응성을 높여준다. 선택에 따라 세계가 반응한다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행동에 세계가 반응하는 플레이어 작인을 느낀다.

오늘은 글쓰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늘 할 이야기는 그 선택을 계획하고 구조화하는 방법이다. 선택 그 자체가 문제를 제시하고 선택 그 자체가 가지치기의 존재 이유다.

오늘날의 대화 나무(dialogue tree)는 예전(폴아웃 1)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그 구조적 결함까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결함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건 분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랬다.

뭐가 문제냐면, 선택의 충돌이 문제다. 플레이어의 목표와 캐릭터의 목표가 충돌한다. 플레이어가 특정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게임 상으로 패배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게 문제다. 게임 상의 승패가 롤플레잉을 방해한다. 즉, 올바른 것을 말하는 것과 올바른 캐릭터가 되는 것이 충돌한다.

이게 오늘의 주제다.

올바른 캐릭터가 무엇이냐, 게임이 뒷받침하는 표현의 범위에 들어가는 모든 캐릭터를 말한다. 즉, 게임이 가능하게 하는 캐릭터 표현을 게임 목표가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화는 옳은 정답이 있는 퍼즐도, 영화도, 책도 아니라, 게임이어야 한다. 대화 자체가 게임이어야 한다.

어떻게 이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

먼저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모든 선택이 유효하도록 하고, 서사 속에서 명료한 반응의 스펙트럼이 지속적으로 강화된다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선택에 이득을 보면서 캐릭터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뭘 계획해야 할까?

선택의 유형과 플레이어/캐릭터의 표현 범위, 서사적 목표를 계획해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선택의 유형을 고려

먼저 전술적 선택과 전략적 선택이 있다.

전술적 수준은 노드 수준의 선택이다. 지금 당장 어떤 대사를 선택할까,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단기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다. 이런 선택에는 즉각적이고 스크립트로 짜여진 반응이 나온다.

전략적 선택은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선택이다. 이런 선택에 나오는 반응은 즉시적이지 않고 스크립트로 짜여지지 않는 반응이다. 나는 이걸 "간접 반응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카르마나 명성, 충성도 같은 수치로 쌓이는 게 그 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때 결과를 전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놀래킬 수도 있고 그건 이야기의 즐거움 중 하나지만, 화나도록 만들진 않아야 한다.

선택의 결과를 차별화시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어떤 선택을 하든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허위 선택을 넣어선 안 된다. 이건 지루할 뿐 아니라 플레이어와 작가 모두에게 시간 낭비다.

그리고 결과에 희생한다는 느낌을 가미시키면 좋다. 즉, 뭔가 선택했을 때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를 희생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런 충돌로 플레이어를 고뇌하게 하는 건 좋은 것이다.

또 모든 선택은 유효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 승리고 어떤 선택이 패배여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선택의 구성은 중립적일 수 없다. 어떻게 구성하고 제시할 것인가 하는 모든 디테일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어/캐릭터 표현 범위의 정의

플레이어가 어떤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게 할까?

먼저 플레이어가 반응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야 한다. 선과 악인가? 선과 악 사이의 모호함인가? 여러가지 입장이 있는가?

폴아웃의 경우 표현 범위가 굉장히 크다. 세계 자체가 온갖 미친 짓이 가능한 설정인 덕도 있다. 뉴 베가스의 경우에는 아이를 빼고는 등장하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엔딩으로 연결되는 로봇의 경우도 죽이면 다른 로봇으로 데이터가 전송되긴 하지만 여간 죽일 수 있다. 그만큼 모든 것을 죽이는 게 가능하다는 건 중요했다. 또 팩션 명성 시스템이 잘 짜여진 더분에 이중, 삼중으로 배반하는 것도 가능했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 스크립트된 반응도 무척 많다.

다음으로 캐릭터 프로토타입을 정해야 한다.

흔히 캐릭터 원형(archetype)이라고 하는데, 그건 좀 더 추상적인 수준인 것 같다. 프로토타입은 더 구체적인 수준인데, 캐릭터 컨셉의 시작임과 동시에 표현 범위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어할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뉴 베가스의 경우에는 여러가지 포스트아포칼립스 작품들의 등장인물이 프로토타입이었는데, 포스트아포칼립스라고 해도 들어맞지 않는 건(레지던트 이블의 앨리스라던가) 프로토타입 삼지 않았다.

그리고 선택이 미치는 영향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모든 선택은 반드시 어떤 영향을 미쳐야 한다. 직접 반응이든 간접 반응이든 그렇다. 서사적/정서적 영향도 중요하다. 뉴 베가스의 경우 아르키메데스 II와 관련된 퀘스트에서 동료인 아케이드의 반응이 좋은 예다.

알파 프로토콜의 경우 표현 범위는 프로다움과 상냥함, 공격적임이었고, 캐릭터 프로토타입은 제이슨 본, 제임스 본드, 잭 바우어였다. 이를 바탕으로 선택 구성을 해나갔다.

서사적 목표 확립

디자이너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싶은 걸 확립해야 한다. 중요한 정보는 꼭 전달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서 정보와 정서적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바이오쇼크의 테이프 레코더처럼 정보를 아예 분리하는 방법도 있다. 나는 분리하지 않고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얻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중요한 정보와 선택적 정보의 구분도 중요하다. 두 유형의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건 별로 좋지 않다. 그저 상황만 파악하고 싶어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서사적 목표가 확립되면 서사를 어떻게 분기할 것인가 밑그림이 나온다. 반응은 고립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가 반응성이 좋은 것은 좋지만 그것이 한데 엮여있으면 아주 곤란하다. 분기는 크게 나누는 것보다 많은 수로 나누는 것이 낫다.

뉴 베가스의 첫 퀘스트인 They Went That-A-Way를 보자. 사실 이건 폴아웃 1의 워터 칩 퀘스트를 거의 베낀 거나 다름 없다. 이 퀘스트는 각각의 단계가 지역적으로 독립적이면서 단계별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반응은 지역적으로 나뉘어져 있다. 중요한 정보는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단서가 된다. 그리고 부가적 정보는 양념이다. 또 플레이어의 자유 역시 제약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마을사람들에 협력하며 정보를 캐낼 수도 있지만, 지나가는 마을마다 "그 놈 어딨어!"하며 모두 죽이면서 가도 퀘스트의 이야기 상 말이 된다.

평가

이제 선택 구조를 평가할 차례다. 각각의 선택들이 만족스러운가? 롤플레잉과 게임 상의 이득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가? 어떤 충돌이 발생하는가? 플레이어는 필수적인 정보를 모두 얻고 있나?

글을 쓰자

마지막으로 글을 쓰면 된다.

결론

디자이너는 선택을 구성하고, 그 구성에는 계획이 필요하다. RPG 플레이어는 좋은 선택을 원한다. 디자이너의 목표와 플레이어의 목표가 충돌할 수도 있지만, 그 충돌을 풀던지, 아니면 그 충돌을 의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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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gion 2013.03.24 16: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이어는 정말 기대할만한 제작자인거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