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제노바 첸 인터뷰 인용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아예 인터뷰 전체를 요약, 이 블로그의 제노바 첸 함유량을 늘렸다. 재밌는 이야기가 많다.

  • 우리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게임플레이가 아니라 전하고 싶은 '정서'에서 시작한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도 게임이 전할 수 있는 정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새로운 정서를 찾는 과정이다. 정서 이후에 게임플레이가 나온다.
  • 저니는 처음부터 온라인 게임을 생각했었고, 기존의 온라인 게임을 해보며 그것들이 어떤 정서를 전하는지 살펴보았다. 대부분 경쟁해서 서로 죽이거나 협력해 죽이는 게임이었고, 주로 주는 정서는 흥분과 승리 같은 것들이었다.
  • 많은 온라인 게임이 네 명, 여덟 명, 많게는 64명까지 함께 하도록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적 경험이랄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러니까 정서적 수준에서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페이스북에 있는 소셜 게임 역시 서로 느낌을 나누기보다는 숫자를 나눈다. 그래서 우리는 저니를 플레이어 간에 정서적 교류가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저니의 디자인 과정을 이끈 동력이었다.
  • 요즘 온라인 게임에 기본적으로 나타나는 ID태그, 채팅, 보이스챗 같은 것은 우리가 원한 정서적 반응에 대한 '적'이었다.
  • 우리는 저니에서 플레이어들이 함께 모험하고 발견하게 하고 싶었다. 기존 온라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뭘 하고 어딜 가라고 시킨다. '임무'가 자세하게 설명된다. 플레이어 모두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안다. 사람들은 그런 과업을 완수하려고 게임을 한다.
  • 기존 온라인 게임들은 타임스퀘어를 걷는 것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만 모두 자기 할 일이 분명하고, 누군가 다가와서 인사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산이나 사막 같은 자연에서 하이킹을 하면 다른 사람을 보면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우린 플레이어에게 뭘 하라고 시키고 싶지 않았다. 자연에, 야생에 있는 것 같은 미지의 감각을 원했다. 도시는 사람이 설계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 우리는 저니에서 플레이어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야생에 있는 것 같이 느끼길 원했다.
  • 아이디가 보이지 않게 한 것은 경험이 분산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가령 내 아이디가 "jenovachen1981"이라고 뜬다면, 상대방은 내가 서른 살에 동양인인 걸 생각하게 된다. 저니 세계에서는 플레이어의 이름, 인종, 성별, 직업 등 인간으로써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다. 저니의 세계는 다른 세계다. 그 세계에서는 플레이어가 인간도 아니다. 언어를 전할 입도 없다. 저니에서 중요한 건 두 사람 간의 관계지, 두 사람이 실제 세계에서 누구인가가 아니다.
  • 저니는 처음에는 4인용 로컬 멀티플레이어 게임이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보다는 알지 못 하는 사람과 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과 할 때는 그 사람과의 기존 사회 관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로컬 멀티플레이어에서는 계속 하기 싫은데 친구니까 같이 계속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저니에서는 그런 사회 관계에서 생기는 압박이 없다.
  • 게임이 짧은 것은 한 번 앉아서 중단 없이 할 수 있는 경험을 원했기 때문이다.
  • 팔을 없앤 것은 물건을 집는다거나 싸운다거나 팔로 인해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팔이 '힘'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가 힘의 상징으로 보여지지 않기 위해 팔을 잘랐다. 
  • 댓게임컴퍼니의 모든 게임에 언어가 없는 건,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글을 참 못 쓴다. USC에서 영화를 전공했는데, 내 글에 나오는 캐릭터는 미국에서 태어난 것 같지 않단 이야기를 교수님께 들었다. 실제로 내가 중국에서 자라긴 했지만... 물론 전문 작가와 함께 일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게임의 강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지화 과정에서 뉘앙스가 변할 수 있는 것도 싫었다. 또 글자보다는 본능으로 할 수 있는 게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든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글을 읽을 필요가 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덧붙여서 이 인터뷰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저니에 영향을 준 게임은 이코와 완다와 거상, 그리고 엔들리스 포레스트라고 한다. 엔들리스 포레스트는 테일 오브 테일즈가 만든 PC용 MMO 게임이다. 무료 게임이니 관심 있으면 한 번 해보기를.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참고로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에는 테일 오브 테일즈가 2008년에 제노바 첸을 인터뷰했던 글도 번역되어 있다.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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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셸든 2012.03.27 0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2. urere 2012.04.05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