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슈라이버의 게임 밸런스 강좌 "2강: 수치 관계"에서 일부 발췌 번역.


[역주: 앞 부분에선 게임 속에서 수치값의 관계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설명. 항등관계, 선형관계, 지수관계 등...]

게임 속 개별 값은 보통 더 큰 시스템 속에 존재합니다. 게임 속 시스템의 숫자들과 그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면 게임이 어떻게 밸런스가 잡혀있는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패미콤용 드래곤 퀘스트 첫 작품을 들어보죠.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에는 네 가지 주요 능력치로 히트 포인트와 매직 포인트, 공격, 방어가 있는데요. 이 게임은 지역을 탐험하면서 몇 발짝을 움직일 때마다 적의 공격을 받습니다. HP가 0이 되면 게임에서 패배하죠.

이 숫자들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무작위 인카운터는 HP와 관계되어있습니다. 인카운터해서 전투를 하면 HP가 감소하죠. (이건 곧 HP를 인카운터로 변환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카운터가 많을수록 HP가 더 적어지는 역관계입니다.

HP와 방어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방어력이 높을수록 플레이어가 받는 대미지가 적고, HP는 더 오래 유지되죠. 방어를 늘리는 것은 사실상 추가로 HP를 부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HP와 공격 사이에도 같은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공격력이 높을수록 적을 더 빠르게 물리칠 수 있죠. 적을 더 빨리 물리친다는 건 적에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공격이 높으면 HP 소모가 줄어듭니다.

MP는 많은 곳에 활용되는 흥미로운 경우입니다. 회복 주문은 MP를 직접 HP로 변환합니다. 공격 주문은 적에게 피해를 더 주니, 공격력이 높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투를 일찍 끝내 HP를 보존할 수 있게 합니다. 버프/디버프 주문도 전투에서 받는 대미지를 줄입니다. 장거리를 가로지를 수 있는 텔레포트 주문은 중간에 있을 싸움을 생략함으로써 HP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MP의 용도가 다양하다고 해도 사실상 모든 활용은 그것을 HP로 변환(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합니다.

이걸 모두 종이에 그려보면 모든 것(공격, 방어, MP, 몬스터 인카운터)이 직접 HP로 연결됨을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게임의 패배 조건인 HP를 모든 것의 중심에 넣은 겁니다! 이렇게 한 자원을 다른 모든 자원의 중심에 놓는 건 흔한 기법이고, 이 중심 자원을 게임의 승리 혹은 패배 조건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 이제 하나 더 살펴보죠. 전투 시스템은 몬스터 인카운터를 통해 게임의 다른 두 시스템과 상호작용합니다. 몬스터를 물리치면 골드와 경험치를 얻는데요. 이 골드와 경험치가 게임의 경제와 레벨링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죠.

레벨링 시스템을 먼저 살펴보죠. 충분한 경험치를 모으면 레벨이 올라갑니다. 레벨이 올라가면 모든 능력치(HP, MP, 공격, 방어)가 올라가죠. 보다시피, 이건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냅니다. 적을 물리치면 레벨이 올라가고, 레벨이 올라가면 능력치가 올라가며, 그럼 더 많은 적을 물리칠 수 있게 되죠. 만약 이것에 반작용이 없다면 플레이어가 아주 빠르게 높은 수준의 힘을 얻는 양의 피드백 루프가 되버릴 겁니다. 이 게임에서 그 반작용 중 하나는 레벨을 올리는 데 점진적으로 더 많은 경험치가 드는 경험치당 레벨 관계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또 다른 반작용은 플레이어의 시간입니다. 플레이어는 초기 지역에서 약한 적을 물리치며 레벨을 최대화할 수도 있지만, 거기서 얻는 게 너무 적기 때문에 레벨을 더 빨리 올리는 데 위험을 취하도록 유도됩니다.

경제 시스템을 살펴봅시다. 골드는 용도가 많지 않습니다. 가장 우선적인 사용처는 플레이어의 공격이나 방어를 영구하게 높여주는 장비의 구입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골드는 영구한 HP 값으로 변환됩니다. 골드는 소모성 아이템을 사는 데도 쓰입니다. 이런 아이템 대부분은 특정 주문과 효과가 유사하므로, 골드를 일시적인 MP로 변환합니다. (인벤토리 슬롯이 적으므로 제한되긴 합니다.) 여기서 또 다른 피드백 루프를 볼 수 있습니다. 몬스터를 물리치면 골드를 얻고, 플레이어는 골드를 능력치를 올리는 데 사용하며, 그러면 더 많은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게 됩니다. 이 경우, 이것이 양의 피드백 루프가 되는 걸 막는 반작용은 진행의 제약입니다. 한 곳에서 살 수 있는 장비는 제한되므로, 더 비싼 것을 사려면 게임 초반에 갈 수 없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해야 하죠. 물론 게임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을 산 이후에는 여분의 골드에 예전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경제 시스템에 연결된 또 다른 루프는 진행 그 자체입니다. 게임 속 여러 지역은 잠긴 문 뒤에 있고, 그 곳으로 가려면 골드를 써서 마법 열쇠를 사야 합니다. 몬스터를 물리치고, 골드를 얻고, 골드로 열쇠를 사면, 그 열쇠로 더 강한 몬스터가 있는(즉, 더 많은 골드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을 엽니다. 물론 이 루프 자체는 플레이어의 능력치로 제약됩니다. 플레이어가 다루기에 너무 강한 몬스터가 있는 지역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되죠.

디자이너는 어떻게 이 모든 시스템의 밸런스를 맞출까요? 모든 것을 HP라는 중심 값에 관계시킨 다음에 비교하는 겁니다.

가령, 회복 주문과 공격 주문이 있는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고 싶다고 하죠. 플레이어가 공격 주문을 이용해 전투를 더 빨리 끝냄으로써 잃지 않게 되는 HP의 양을 계산합니다. 그럼 그걸 회복 주문으로 복구되는 HP의 양과 비교해봅니다. 다른 예로, 어떤 검과 어떤 갑옷 중 무엇이 더 나은지 비교한다고 합시다. 여기서도 각자 장비가 얼마나 많은 HP를 보존하는지 파악하면 됩니다.

게임 속 모든 것이 정확히 동일하도록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령, 게임 후반에 얻는 주문의 비용 효율을 높게 만들어서 플레이어가 사용하도록 유도해볼 수도 있죠. 또 더 비싼 장비의 비용 효율을 낮게 해서 플레이어가 얻는 데 노력이 들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어느 순간에서든, 그 때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최소한 서로에 대해 균형 잡히도록 하는 게 좋을겁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새로운 마을과 새로운 장비에 도달했을 때, 그것들이 HP-비용 비율 면에서 대략적으로 동일한 게 좋겠죠.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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