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니티: 오리지널 씬

라리안 스튜디오의 CEO 스벤 빈케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RPG 평가 기준 FUME을 소개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Freedom. (캐릭터 발달의) 자유.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가? 디자이너가 구상한 스테레오타입에 맞춰야 하지 않는가? 게임 속에서 귀결을 갖는 결정을 할 자유가 있는가? 
  • Universe. 세계. 흥미롭고 다채롭고 독창적인가? 멋지고 재미있는 모험을 할 수 있나? 깊이는 충분한가? 게임 세계를 신경 쓸만한가? 플레이어의 행동을 반영하여 변화하는가? 
  • Motivation. 동기. 캐릭터를 발달할 동기. 강렬한 스토리가 좋은 동기가 되지만 꼭 스토리가 아니어도 된다. 디아블로의 경우 아이템 열병과 컷씬도 좋은 동기가 되었다. WoW의 경우 다른 플레이어가 좋은 동기가 되었다.
  • Enemy (Antagonist). 적. 플레이어의 성장을 방해하는 대상. 악당일 수도 있고, 윤리적 문제일 수도 있다. 적대자는 흥미롭고 독창적이고 다양하고 기억에 남는가?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RPG는 별로 없는데 (시스템 쇼크의) 쇼단만은 최소한 기억에 남을 만큼 마음을 뒤흔들었던 적대자였다.

라리안 스튜디오는 디비니티 시리즈를 만든 벨기에의 RPG 개발사입니다. CEO 스벤 빈케는 본문에서 FUME 점수가 높다고 언급한 (U와 M이 높고, F와 E가 그럭저럭이라는) 울티마 7 같은 RPG를 만들고 싶어서 라리안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퍼블리셔의 구속에서 벗어나 정말 만들고 싶은 RPG를 만들 생각으로, 퍼블리셔 없는 게임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아래 발췌에서도 언급하듯이 만들고 싶은 RPG를 위한 한 걸음이 바로 지금 개발 중인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입니다.

빈케가 FUME을 소개하고 나서 이상과 타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번역해봤습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글을 쓰는 도중에) 내가 라리안에서 구상과 디자인을 수량화하는 방법을 여기서 설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정은 꽤 단순하다. 우리 게임의 FUME 척도를 올려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있다면 그것에 노력을 기울인다. FUME 척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설사 그것이 오랫동안 잘 쓰여온 게임 메커닉이라 해도 나는 즉시 혐오감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 나는 많은 것들이 명확한 비전이 아닌 기술/재정/제작/인간적 이유의 타협을 바탕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배워왔다. 때로 이런 타협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게임 제작은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하는 일이고 모두 항상 같은 방향을 보도록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그 뒤를 따르는 대립과 필연적인 타협은 무척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책임 진 게임 중에서 FUME 점수를 낮추는 것들을 보았다면 그것은 그런 타협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그런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는 RPG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게 내 깊은 바람 중 하나다. 그건 참으로어려운 일인 만큼 당분간은 더 바쁘게 보낼 것 같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이 일에 싫증이 나는 일은 없으리라 보장할 수 있다.

어쨌든, 내 생각에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큰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을 뼈대로 높은 FUME 점수를 받을 RPG들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 우리의 야망이다. 우리가 성공할 지, 실패할 지, 그것은 운명의 여신만이 알 테지만, 그 결과의 원인이 도전의 부족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게임과 비교해서 이 게임은 가장 높은 FUME 점수를 받는 라리안 게임이 되리라 생각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들이 주변에 잔뜩 쌓여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가 또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RPG를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어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어떤 시스템인지 정말 들어보고 싶다. 방송인들은 TV 프로그램이 어떤 가치에 들어맞나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비슷한 시스템이 있고, 브랜드 매니저들도 이런 걸 사용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다.

RPG 개발사로서 이런 가치 판단 목록은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비전에 부합하도록 평가하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다른 평가 기준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려주면 좋겠다.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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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31 2013.10.29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네요. F의 경우 요즘 너무 많은 게임들이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해서 오히려 귀찮을때가 많아요. 그래서 기본샘플도 몇개있긴하지만 캐릭터성을 살리기위한다면 커스텀은 없어도 상관없을법하네요.
    나머진 모두 동의하네요. 특히 스토리가 무조건 1순위가 아닌것에도 좋네요. 디아블로2나 액션게임들처럼 게임그자체에 타격감이라던지 이런부분에 더 많은 쾌감을 준다면 C급스토리라도 재밌기마련이죠 ㅎㅎ

    • planar 2015.03.17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F 는 케릭터의 외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케릭터의 성장에 대한 것이라고 첫줄에 써 있네요. 결과적으로 어떠한 케릭터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플레이어의 결정에 시스템의 불합리함(스킬 벨런스 같은)이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듯 하네요.

  2. XRumerTest 2014.06.01 18: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ello. And Bye.

  3. planar 2015.03.17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 는 사족처럼 느껴지네요. U 와 M 가 E 의 개념을 이미 충분히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디비니티 오리지널 씬이 이미 발매가 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CEO 가 생각한 이상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 나왔군요. 훌륭한 전투 시스템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레벨 디자인,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 그냥 고문하는 것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아이템 인벤토리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