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원이 나가는 일도 드물다는 밸브에서 직원 다수를 해고했다는 뉴스가 있었죠. 그중에서도 많은 수가 해고된 하드웨어 팀의 수장 제리 엘스워스가 팟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그 뒷사정을 밝혔습니다.

(밸브 신입사원 안내서를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은 읽어봐야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밸브에 좋은 친구들이 많아요. 밸브에 훌륭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하드웨어 팀은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해왔고 아주 끈끈하게 얽혀있죠. 특히 제가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게, 제 관점이 밸브에 있는 온갖 다양한 그룹에 100% 해당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인재 고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처음 밸브 입사를 고려했을 때는 거기서 하드웨어를 정말 제대로 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웠어요. 그래서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그쪽에서 제가 하드웨어 그룹과 제작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면서 띄워주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모두들 읽어보셨을 밸브 안내서는 아주 이상적인 관점을 제시하지요. 많은 부분 사실입니다. 밸브에는 유사 수평 구조가 있습니다. 적어도 작은 그룹에서는 모두 서로 동료고 함께 결정을 내리지요.

하지만 제가 곤경을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사실 회사에 드러나지 않은 강력한 관리 구조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권력을 습득하는 인기 있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말썽꾼이 있죠. 그리고 나머지 모두 그 사이에 있습니다. 사이에 있는 나머지는 괜찮아요. 그런데 말썽꾼은 변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입니다.

하드웨어 팀을 갖추고 프로젝트는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람들 고용하는 게 힘들었죠. 저희는 많은 인재들을 면접 보는데, 밸브에 오래 있던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회사 문화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습니다.

정확한 수는 말할 수 없는데, 하드웨어 부서에는 인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그 인력의 100배는 필요했어요.

(밸브 하드웨어 팀은 좋은 증강현실 컨셉을 고안했지만, 수평 구조의 산물인 정기 사내 동료평가 과정에서 기각되었다. 보통은 거의 교류하지 않는 동료가 자기 업무를 평가하고 자기 고용 안정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다섯 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모두 같은 날에 해고됐어요.

밸브에서 잘된 수평 구조는 소규모 수평 구조입니다. 저희 새로운 회사에서도 그걸 그대로 가져가려고 하고요.

수평 구조는 20명 정도라면 정말 잘 될 겁니다. 하지만 300명 정도 있는 회사라면 끔찍하게 무너지지요. 의사소통이 문제였습니다. 그 부분에서 관리가...음, 제가 제 회사에서 다르게 하고 싶은 부분이라면, 관리 게층이 올바르게 의사소통을 하는 겁니다.

특히 직원들이 잘 연결될 수 있어야 하죠.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있거나 뭘 하고 있는 사업 자원들이 저기에 다 있고, 거기서 저희를 도와줄 수 있는데 닿을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이걸 불평했을 때, 이 부분이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그쪽에서 말하더군요. "만약 밸브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했으면 오래 전에 발전했을 거야." 제정신이 아니었죠.

아주 귀중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수입보다 더 많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보너스 구조가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정말로 가망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애를 쓰죠. "날 좀 봐. 이 최첨단의 훌륭한 비디오 게임에 이런 엄청난 개선점들을 내가 다 만들었어."

사람들이 확실한 일을 하고 싶어하니 증강 현실처럼 위험성 높은 프로젝트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게 문제였죠. 저희는 자원에 굶주렸습니다.

수백 만 달러 장비를 갖춘 공장을 차렸는데, 그 기계 부품을 조립해 줄 연봉 4만 달러 기계공도 고용할 수 없었습니다. 기계공을 고용하면 자기들의 귀중한 문화에 해가 될까 걱정이었으니까요.

씁쓸한 이야기로 들린다면 그게 맞습니다. 굉장히, 굉장히 씁쓸했어요. 세상을 주겠다고 약속 받았는데 뒤를 찔렸으니까요.

제가 밸브에서 배운 건 그런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견제와 균형이 없는 완전한 자유를 주면 자기 업무는 축소하고 통제력은 늘리려는 게 인간 본성이니까요.

저희가 농담처럼 말하길, 밸브는 리드 기타리스트를 많이 고용하는 데 능합니다. 정말 훌륭한 제작자들을 많이 고용했지요. 하지만 모두 리드 기타리스트였습니다. 그저 부품을 조립해줄 사람들은 고용할 수 없었습니다. 실험실 안에서만 기술을 발전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해요. 그 부분에서 관리 계층이 있다면 체계 조직을 도와줄 수 있는 겁니다.

(엘스워스는 수석급 직원에게 계속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고용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에 당혹했다. 결국 그녀는 거슬리는 존재가 되어 해고 당했다.)

거슬렸을지도 모르죠. 사내에서 무슨 하드웨어든 정말 내놓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부서에서 1,000명이 엑스박스를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밸브에서 저는 가치에 하나도 플러스가 안 되는, 사실 마이너스가 되는 사람들과 일했었습니다. 그래서 전 안내서대로 책상 바퀴를 굴려서 생산적인 사람 옆에서 일했죠. 그런데 그게 분열 조장으로 비춰졌습니다.

마지막 날까지도 저는 적어도 우리 프로젝트는 완료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습니다. 목표가 있었고, 정말 멋진 가상 현실 경험을 전할 수 있는 조각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제가 해고된 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계 공학자 중 한 명이 "누구 누구 해고된 거 아냐"고 물어보더군요. 우리 프로젝트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엘리베이터에 뛰어들어 당장 저희 팀으로 갔습니다. 릭이 말하더군요. "나 해고됐어. 너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내서를 보면 너무 빗나갈 경우 피드백을 준다고 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항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게이브 뉴웰과 이야기하려고 기다리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들이 그걸 그냥 버려버릴까 겁이 났거든요. 그래서 숨겨놨죠.

(엘스워스의 팀은 온갖 기묘한 장비와 이상한 조명으로 가득한 독특한 사무실을 차려 놓았었다. 그 중 일부는 엘스워스 자신의 하드웨어였다. 그날 엘스워스는 말 그대로 자신의 손으로 스튜디오를 폐쇄했다.)

제 짐을 옮기는 데 26피트 트럭이 필요했어요. 다 챙기고 나니까 유령 마을 같더군요.

게이브를 만나서 우리 프로젝트를 외부 투자로 해주던가, 아니면 우리한테 다 주라고 했어요. 사무실에는 변호사가 있었고 게이브는 그 사람들 보더니 "이 사람들에게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간단한 절차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엘스워스와 그녀의 동료 릭 존슨은 사실상 그 다음날에 집에서 프로젝트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밸브를 떠난지 4주가 되어 프로젝트는 프로토타입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수 반사 매트와 서브밀리미터 헤트 트래킹, 헤드 마운트 프로젝터를 사용한 증강현실 글래스는 5월 메이커 페어에서 선보였다.

"탐탁치 않아 보이는 사람들을 싸그리 모아 제거하려는" 외부 그룹이 해고를 결정한 것은 아픈 일이었으나, 결국 해피 엔딩을 맞았고, 엘스워스는 아직 밸브와 밸브 사람들에게 애정이 있다.)

아직 그쪽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고, 원래 친구가 아니었던 사람들과도 친구가 됐어요.

(엘스워스는 밸브의 소프트웨어 문화가 하드웨어 사업의 요구와 변덕을 다루기 부적절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엘스워스는 밸브의 소프트웨어 문화가 자기 프로젝트의 포커스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밸브 타임 말인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부분이 으레 생기는 혼돈 때문이지만, 고객을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약속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방법론은 우리 회사에서도 그대로 가져가고 싶어요.

(...)

저는 밸브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자기들 문화가 오염될 거라고 생각하는 편집증 환자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마녀사냥을 하면서 저와 다른 재능 있는 친구들을 쫓아냈습니다. 그걸 일으킨 사람들은 몇 명 뿐이었어요. 밸브 같은 수평 관리 구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정도 사람들로도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요.

아마 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가 밖에서 나오는 걸 원하지 않겠죠.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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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eamKnight 2013.07.10 1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기사입니다. 잘읽고 갑니다. ^^

  2. BlogIcon 집시F 2013.07.12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수평적 조직의 문제점이 하나 있지요. 바로 책임감의 결여입니다.
    그네들의 자신들의 조직문화에 해를 끼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수평적 조직이 운영될려면 스스로가 책임을 가지는 의사소통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결과에 따라서 서로 책임을 기피하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되겠지요. 그러면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결국 짐을 싸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구요.

  3. 레나프 2013.07.19 0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태그를 타고 타고 왔다가 보니 좋은글들이 많이 있내요
    잘읽고 갑니다 ^^

  4. 카나리아 2013.10.05 0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저런걸 시도를 하고 조금이나마 수평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죠. 상명하달이 기본이자 상식인 김치맨들을 생인각하면 어휴.

  5. 2014.01.13 1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김기웅 2014.01.29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인과 균형"이 check and balance라면 "견제와 균형"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