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게임 저널리스트 키에론 길렌의 더그 처치 인터뷰를 읽다가 재밌는 부분을 옮겨봤습니다.

"[울티마 언더월드의] 액션이 2%의 밀도, 렌더링이 1%의 밀도라면 캐릭터와 대화는 0.0001%였습니다. 대화는 그냥 끔찍했습니다. 플레이어와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었죠. 정말 선택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캐릭터 상호작용이 가장 인공적으로 느껴집니다. [...]

[시스템 쇼크에서는] 대화 시스템을 지웠습니다. 대화 시스템에 상호작용이 부족하고 플레이어가 주도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언더월드와 쇼크의 차이죠. 결국 언더월드는 세 가지 별도의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스탯 게임이 하나 있고, 탐험 게임이 하나 있고, 대화 선택 분기 메뉴 게임이 하나 있죠. 그리고 그 셋 중에서 탐험 게임이 가장 좋았습니다. 일인칭 시점으로 돌아다니는 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죠. [시스템 쇼크에서는] 스탯도 다 제거해서 더 불연속적인 강화와 업그레이드로 대체했습니다.

[...]

언더월드에서 쇼크에서 씨프까지 살펴보면 세계에 빠져들지 못하게 막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과정이 보입니다. 그래서 플로피 디스크 버전보다 CD 버전 시스템 쇼크가 더 낫습니다. 오토맵을 겹쳐보이게 하고, 화면 전체를 쓰고, 강화를 넣은 이유는 멈춰서 읽거나 하지 않고 플레이어가 화면 가득 플레이하면서 항상 그 세상 안에 존재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씨프는 더 나아갔죠. 범위를 플레이어의 능력으로 좁혔습니다만, 그 좁은 범위권 안에서만큼은 [플레이어에게] 완전한 통제권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겁니다. 여러 면에서 데이어스 엑스를 비롯한 워렌[스펙터]의 게임은 그 반대입니다. 자네들이 다 제거하는 방식으로 했다면 우리는 다 집어넣어서 깊고 좁은 게임이 아닌 넓고 얕은 게임을 만들겠다, 그거지요. 언젠가는 꼭 넓으면서도 깊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데이어스 엑스 방식으로 아주 얕게 많은 가능성을 포함한 다음에 점점 그 경험의 밀도를 늘려가는 방식이 좋은가. 워렌과 저는 항상 이런 논쟁을 합니다. 저는 하나의 완전한 시스템으로 시작해서 하나하나 시스템을 붙여넣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은 스토리 조각을 던져주는 것보다는 플레이어에게 표현할 도구를 더 많이 주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뭘 했느냐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들'이 뭘 했는지 기억하게 해줘야지요."

더그 처치는 울티마 언더월드를 시작으로 시스템 쇼크와 씨프 등 컴퓨터 게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에 핵심으로 참여한 인물입니다. 함께 일했던 다른 동류 개발자들(워렌 스펙터)에 비해 언론 노출이 적어 상대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유수의 개발자들이 그를 멘토로 꼽을 정도로 존재감이 작지 않습니다. 처치는 현재 밸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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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gion 2013.06.04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는 더그 처치의 방법쪽이 더 좋아보이긴 하지만서도...
    워렌스팩터의 방법도 재밌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