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주재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자기 블로그에 그리스어로 쓴 글입니다. 네오가프 유저가 영어로 번역한 글중역했습니다.

자신이 밸브에 합류한 과정과 동기, 가상경제에 대한 생각, 밸브의 기업문화와 개발중인 하드웨어에 대한 인상을 밝힙니다.


약 1년 전 어느 늦은 밤, 나는 받은 메일함에서 기묘한 이메일을 보았다. 읽지 않고 지워버릴 종류의 이메일이었다. 실수로 나는 '삭제' 대신 '열기' 버튼을 눌렀고 그 첫 문장에 눈이 갔다. "저는 시애틀에 있는 게임 회사의 사장입니다..." 나는 또 어떤 사기꾼이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했지만, 호기심에 계속 읽어보았다.

"저희는 가상 경제를 개량하고 공통의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경제를 통합시키면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일하는 데 관심이 있으신가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로 다른 경제를 통합"한다는 생각과 가상의 경제라는 이야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계속 읽어보았다.

"당신의 블로그를 한동안 읽어봤습니다...제 회사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가상 환경을 연결할 (단일 통화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고 둘 사이의 수지균형에서 발생할 심각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갑자기 "한 쪽은 독일, 다른 쪽은 그리스"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의 블로그를 읽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이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제가 흉내내는 대신 진짜 당신이 우리 일에 흥미를 가지게 만들 수 있을지 편지를 써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나는 호기심 이상,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내가 전혀 비디오게임에 관심이 없었고 이메일의 서명(게이브 뉴웰, 밸브)에 별 감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가상 경제"라고 생각할만한 공동체들을 만들었으며, 인터넷에 또다른 문제적 유로존을 만들까봐 그 통합을 두려워했다는 점은 다음 달(지난 11월, 어차피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다)에 시애틀로 가서 게이브와 그 파트너들을 만나보자는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했다.

며칠 뒤 나는 (내가 아는 사람 중 비디오게임을 하는) 열네살 조카에게 밸브를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하죠." 조카는 십대의 전유물인 비웃는 투로 그렇게 대답하며 덧붙였다. "신 같은 회사에요." 게이브라는 남자가 나에게 메일을 보내 시애틀로 초대했다고 말하자 조카의 두 눈은 불타올랐다. 자격도 없는 내가 단지 그날 밤 그 메일을 지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알현"하게 된 것이었다. 

어쨌든 11월 말 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학회 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시애틀로 갔다. 그 이틀동안 나는 자진하여 마이크로소프트 바로 옆에 있는 게이브와 그 파트너들의 사무실에 틀어박혔다. (게이브가 1996년 밸브를 창립하기 전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이틀 간 나눴던 대화는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먼저, 내가 그 사람들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의 지성은 초당 천마일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경제 이론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내가 문장을 마치기도 전에 어려운 개념을 파악하고 몇초 만에 더 먼 곳으로 나아갔다. 곧 나는 이 사람들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가상 경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세계 9,000만 명의 사람들이 거기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 수천만 명은 그냥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연간 140억 달러가 넘는 가치의 디지털 상품의 거래와 교환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가상의 돈이 아니라 진짜 돈으로 말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 흥미로웠던 부분은 밸브가 그런 경제를 만들려고 시도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경제들은 계획된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나타났다.

그것들이 어떤 경제인지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여기서 말하는 비디오게임은 (그 옛날의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테트리스처럼) 기계를 상대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현대의 인터넷 게임에서는 원하는대로 옷을 갖춰 입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 세계에 들어가 자신과 같은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 게임이 시작되어 그 플레이어와 맞서 싸우거나, 친구가 되어 또다른 플레이어들과 싸우거나, 아니면 가상 세계 정복을 계획한다.

그렇다면 경제는 어떤가? 경제는 어떻게 생겨났나? 게임이 진행되면서 디자이너들은 무작위적인 '드롭'으로 플레이어들을 보상한다. 디지털 숲을 걷거나 디지털 탑의 사다리를 올라가면 검이나 모자 등 용도가 있거나 장식을 위한 아이템을 찾는다. 회사가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지하고자)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면 오래된 것의 '생산'은 중단한다. 하지만 오래된 아이템의 일부는 수집대상이 되서 회화나 골동품이 그렇듯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가치를 얻는다. 플레이어들이 거래를 시작하고 결국에는 게임을 나가 이베이에서 가상의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게이브는 한 모자가 온라인 경매에서 2,500달러에 팔리는 걸 보고 이런 자연적인 경제 발생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100만 명이 밸브의 게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회사의 직원 400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중국에서는 적어도 20만 명의 플레이어가 연간 4만에서 8만 달러를 번다. 집에서 나갈 필요도 없이 인터넷 접속이 되는 PC를 자신들의 유일한 '생산' 수단으로 삼으면서 편안한 삶을 꾸리기에 충분한 돈을 버는 것이다. 이게 진짜 경제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실질적 생산이 없는 경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것은 상품의 교환에 근거한 경제다. 하지만 거기에도 생산이 있다. 이 게임들로 생계를 꾸리는 전세계 40만 명이 독립적인 생산자들이다. 어떻게 그럴까?

당신의 컴퓨터에서 플레이어들이 좋아하는 근사한 모자나 기이한 검을 디자인했다고 하자. 밸브는 그것을 당신이 정한 가격으로 게이머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고 밸브가 거기서 일정한 몫을 가져간다. 생산과 배급에 비용이 제로(당연히 가상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소비한 시간을 제외하고)라는 점을 볼 때 디자이너들은 상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커다란 시장에 접근하는 셈이다.

짧게 줄이자면, 내가 자연 발생한 국제적 경제를 밸브와 함께 연구하는 데 흥미가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게이브가 내게 준 수백만 명의 재정적 관계를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은 경제학자의 꿈이다. 생각해보라. 우리 경제학자들이 작업하는 '데이터'는 전혀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시장의 실제 가격은 알 수 없으면서 오래되고 부정확한 가격 지표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만 한다. 실제 거래를 관찰할 수 없고 데이터베이스상의 불완전한 정보의 프리즘을 통해서 거래를 상상해야 한다. 실업과 인플레이션 같은 것도 결점이 많은 (그리고 정치에 자주 영향을 받는) 통계학적 기법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밸브의 경제에서는 언제나 모든 거래와 가격, 수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다. 아마추어의 언어로 표현해보자면, 통계가 필요없다! (왜냐면 마치 전지한 것처럼 모든 데이터가 존재하니까.) 그래서 "경제학자의 꿈"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내가 직접 실험해볼 기회도 있다. (가령, 다른 부분집함의 사람들에게 다른 가격 정책을 시도해보는 건 어떤 경제학자도 현실 경제에서 해볼 수 없었다.) 이제 무엇이 매력적이었는지 이해할 것이다.

두번째로, 밸브 그 자체의 구조가 스트레스가 높다고 알려진 하이테크 사업의 구조에 대한 모든 선입견에 모순되었기 때문이다. 밸브는 상사가 없고, 관리자가 없고,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개인이 완전하게 자율적이고, 가치분배체계가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연봉을 결정한다는 원칙에 근거하는 회사다. 밸브의 구조에 대해선 다른 곳에서 쓴 일이 있으니 더 자세히 들어가지는 않겠다. 다만 기술 발전이 미래에 어떻게 a) 회사의 전통적인 계급 조직과 분리되고 b) 소득의 원천징수에서 생산수단에 대한 재산권의 자본주의적 점접이 급진적으로 분리되는 방식에 희망을 주는 실험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커다란 논의는 다음에 해보자.

3월부터 6월까지 나는 밸브에서 그들의 경제에 대한 시스템적 연구를 시작했다. 며칠만에 우리는 가격의 결정 방법과 중개매매의 변동성에 빛을 비추는 첫번째 결과를 내놓았다. 동시에 나는 "미래를 볼" 기회도 얻었다. 밸브는 게임 소프트웨어에 더해 하드웨어의 개발도 시작했다. 수익의 많은 부분을 떼어가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경향을 우려한 밸브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통제하는) 컴퓨터 없이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계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NDA에 서명했으므로 더이상 밝힐 수는 없다. 다만 나는 미래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상의 것을 보는 건 대수롭지 않다...하지만 굉장히 사실적인 외계인이 진짜 사람과 함께 당신과 같은 방에 서있고 걸어다니고 당신을 향해 윙크한다면, 그 모든 것이 화면이나 프로젝터, 심지어 근처에 컴퓨터가 없이 가능하다면...)


여유와 능력이 된다면 밸브 경제 블로그의 더 디테일한 글들도 번역해보고 싶습니다만...

여하간 같이 읽으면 좋을 글들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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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아크몬드 2012.11.28 1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읽고 갑니다.

  2. BlogIcon take2 2013.02.13 1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유행에 둔감한 거의 관심이 없었더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패션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해준 일이 있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였습니다.
    '파란색(?)'을 무시하는 여주인공에게 '메릴 스트립'이 쏘아부치는 말이었습니다.

    “자신이 입은 싸구려 스웨터의 컬러가, 2002년 전세계를 사로잡은 셀룰린 블루로
    수백만불의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한 경이로운 컬러라는 것도 모르는 무식쟁이”

    충격이었습니다. 일자리였구나. 그 사람 한 명이 잘 사는 문제가 아니었구나.

    뽀로로도 다시 보이더군요. 잘 만든 캐릭터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게임도 그렇군요. 어쩌면 잘 만든 모든 것이 그렇겠군요. 너무 좋은 글 트랙백 달아놔야 겠습니다. (처음하는 거라 잘 될라나...)

  3. BlogIcon take2 2013.02.13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 역시 트랙백은 잘 안되네요. 나중에 다시 해봐야겠습니다.
    또 들를께요, 은해님...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