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퓨처에 실린 심리학자 톰 스태포드의 칼럼을 일부(?) 번역했습니다.

[...] 작가 제프리 골드스미스는 테트리스에 너무 빠진나머지 알렉세이 파지트노프가 중독성 전자약물을 발명한 게 아니냐는 글을 쓰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수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한 뒤 꿈 속에서 떨어지는 블록을 보거나 거리에서 건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한다. 테트리스 효과라고 알려진 현상이다. 그런 정신적 끌림으로 테트리스가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플래시백을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도 있다.

나는 최근 왜 테트리스 같은 게임이 그렇게 끌리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정리를 하고 싶어하는 뿌리깊은 심리학적 충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게임은 기본적으로 의식화된 정리행위다. 당구가 좋은 예다. 첫 큐를 치는 사람이 난장판을 만들어놓으면 차례로 돌아가면서 특정한 순서대로 공을 주머니에 넣는다. 테트리스는 이런 기본 시나리오에 컴퓨터의 힘으로 돌아가는 엔진을 부착했다. 플레이어가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컴퓨터가 계속 하늘에서 블록을 던지면서 난장판을 늘려놓는다. 이런 행위는 어떤 유용한 가르침도 없고 사회/육체적 목적도 없으면서 계속 우리의 관심을 끌어대는 것이 어떤 의미도 없어보인다.

자이가르니크 효과라는 심리학적 현상이 있다. 1930년대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니크는 한 분주한 카페에서 웨이터들이 주문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환상적인 기억력으로 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열두명의 단체 손님 주문을 기억할 수 있으면서도 음식과 음료가 다 나가면 즉시 잊어버리고 다시 떠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이가르니크는 이렇게 완성되지 않은 일이 기억에 남아있는 문제들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자이가르니크 효과는 퀴즈쇼가 매력적인 이유기도 하다. BBC의 창립연도나 적어도 하나의 맥도날드가 있는 국가의 비율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 질문을 받고나면 이상하게 답을 알지 않고서는 못 베기게 된다. (1927년도와 61%다.) 질문은 답으로 완성될 때까지 계속 미완의 상태로 마음에 남는다.

테트리스는 완료되지 않은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주의를 끈다. 게임 안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 한 번 한 번은 퍼즐의 일부를 풂과 동시에 새로운 미완의 일을 만들어낸다. 이런 부분 해결과 새로운 미해결 과제 촉발의 연쇄는 매 순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만족을 만들면서 손쉽게 몇 시간이나 계속 될 수 있다.

테트리스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완료되지 않은 일이 잠재적 해결법과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블록은 문제임과 동시에 잠재적 해결책이다. 테트리스는 시각적으로 단순한세계이고 해법은 다섯 개의 키를 사용해 즉시 시험해볼 수 있다. 테트리스 플레이어에 대한 한 연구는 사람들이 블록이 들어맞을지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회전'하는 것을 더 선호함을 보여준다. 물론 두 가지 방식 모두 문제를 해결하겠지만 테트리스는 사고보다 행동이 빠른 세계를 만든다. 이것은 테트리스가 그렇게 마음을 빼앗는 이유다. 우리가 사는 삶과 달리 테트리스는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과 행동할 수단 사이에 직접적인 접점을 만든다.

자이가르니크 효과는 현상은 설명하지만 이유는 설명하지 않는다. 마음의 수수께끼에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해독한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일반적인 술수다. 자이가르니크 효과의 존재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은 마음이 목표의 추구를 중심으로 재조직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목표가 달성된다면 마음은 다시 다른 무언가로 주의를 돌린다.

상식 퀴즈는 답이 충족될 때까지 우리를 당혹시키는 방식으로 마음의 목표 지향성을 활용한다. 테트리스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목표의 당혹과 만족의 끊임없는 연쇄를 만들어낸다. 마치 영리한 기생충처럼 테트리스는 일을 마무리하는 마음의 기본적인 쾌감을 활용한다. 우리는 블록을 정리하는 이런 짧은 스릴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이런 게임이 기본적으로는 아무런 목적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모든 좋은 게임이 그렇지 않았던가?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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