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더 게더링의 디자이너 리처드 가필드가 게임에서 운과 기술의 역할을 논한 글을 살짝 번역했습니다. 가필드는 운과 기술이 대립하는 이분법은 잘못 되었다 지적하고, 운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으며 운이 아예 관여하지 않는 게임은 '죽은 게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폐간된 TCG 잡지 '듀얼리스트' 1997년 10월호에 실렸던 글인데요. 지금은 매직 웹사이트의 데일리 MTG에서 원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번역글을 디자인과 플레이 번역소에 싣지 않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냐 물으신다면 번역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 평론가와 플레이어들은 어떤 게임에 기술보다는 운이 더 관여하는지 이야기하곤 한다. 법률에서는 이게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된다. 기술로 하는 게임과 달리 운으로 하는 게임에 돈을 거는 행위는 많은 곳에서 도박으로 간주되어 규제를 받는다.

나는 운과 기술의 이분법이 잘못 되었다고 믿는다. 이 이분법은 운이 관여할 수록 기술이 관여하지 않고 기술이 관여할 수록 운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내 생각에 그건 사실과 다르다. 운의 정도에 따라 기술에 대한 보상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이 운으로 결정되는 게임이면서 상당한 양의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는 무작위 체스다. 보통 체스처럼 플레이하지만 차례가 끝날 때마다 주사위 두 개를 굴린다. 굴린 주사위 값이 12가 나오면 이긴다! 이 게임은 체스만큼 기술이 필요하지만 운이 더욱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보상이 적다. 두 번째 예는 숫자 고르기다. 두 플레이어가 손가락을 펴서 더 많은 손가락을 편 사람이 이긴다. 여기에는 운도 기술도 그다지 관여하지 않지만 별로 없는 기술에 절대 지지 않는다는 굉장히 큰 보상을 준다. 기술이 있는 플레이어끼리라면 항상 비긴다.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야.)

기술과 운의 양은 서로 관계가 없다. 하지만 게임의 결과에는 연계되어 영향을 미친다. 운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싶다면 가능한 여러 번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초심자라도 포커를 한 판만 할 때는 누가 상대든 이길 확률이 높다. 하지만 여러 판을 진행하고 시즌까지 간다면 기술이 더 있는 플레이어가 이길 것이다.

내가 처음 가위바위보가 운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놀랐었고 운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어렸을 때 나는 가위바위보가 전적으로 플레이어들에 의해 결정되므로 순수한 기술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약점을 잡히지 않는 전략을 배우게 된 때였다. 어떤 모양에도 비중을 두지 말고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이다.

무작위로 모양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주사위를 굴리거나, 시계의 초침을 난수 생성기로 활용하거나, 단어를 떠올려서 그 글자 수를 세거나, 스스로 무작위의 모양을 내는 정신 상태에 도달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 거기에 진정한 무작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대 플레이어가 볼 때는 무작위로 보인다. 상대가 내 플레이 패턴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어떤 게임에서 무엇을 낼 지는 확신할 수 없다. 마음의 흐름을 쫓는 일이 주사위가 구르는 모습을 쫓는 것보다 쉽지는 않다.

여기서 나는 운의 실용적인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결과를 확신하여 예측할 수 없다면 거기에는 운이 관여된다. 심지어 사건의 발생 이후에 그렇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른 플레이어끼리 짜고 냈다든가, 주사위의 무게 중심이 달랐다든가, 카드가 잘못된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다든가, 어떤 상황이든간 진정 기술이 있는 플레이어는 할 수 있는 한 확률과 성과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플레이하려고 한다.

내 정의로 볼 때 틱택토에 익숙한 플레이어끼리 틱택토를 하면 운이 관여되지 않는다. 한 쪽이 아무렇게나 그리지 않는 이상 게임은 언제나 무승부로 끝난다. 이는 또한 체스에 운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와 기술이 비슷한 사람과 체스를 한다면 누구도 그 결과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다. 나보다 더 숙련된 플레이어, 심지어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한대도 나는 내 수의 장기적 영향력을 깨닫지 못 한채 더 우월한 플레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체스에서는 두 플레이어 모두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게임의 흐름을 탐색하면서 자신에 유리하게 흐름을 이어주리라 믿는 수를 둔다. 한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보다 그 흐름을 훨씬 더 멀리 본다 할지라도 다른 플레이어에게 가능성은 남아있다. 체스에 운이 존재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틱택토처럼 체스가 완전히 이해되어서 메마르고 죽은 게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결론이 미리 나오지 않는 게임이라면 모든 게임에는 어느 정도 운이 존재한다. 체스와 야구는 기술이 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룰렛과 슬롯 머신은 운에 거의 혹은 완전히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 하지만 운을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한다면 게임은 죽는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지난 해 가필드가 뉴욕대학 게임센터에서 동일한 주제로 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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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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