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을 둘러보다가 2010년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PC 게이머가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의 첫 레벨을 총 한 발도 안 쏘고 클리어하는(=스크립트가 다 알아서 해주는) 영상입니다.

더 재미있었던 건 해당 레딧 게시물에 자신이 전 트레이아크 직원이라는 유저가 올린 댓글입니다. 조금 발췌해봤습니다.

"액티비전에서 트레이아크의 역할은 기술적으로 매끈하고 잘 빠진 게임을 만들어서 고예산을 정당화하는 것. 게임계의 트랜스포머 영화라고 보면 되요.

이 영상을 설명하자면, 게임 업계는 콘솔이 최대치입니다. 프로젝트 끝판에서 뭐 텍스처, 코드, 스크립트를 추가하려면 다른 걸 빼지 않으면 안 되요. 그런 제한된 자원 속에서 문제와 버그에 대한 가장 빠른 해법은 레벨 디자인과 스크립팅이죠. 그래서 AI는 개똥이고 레일 슈터가 되는 겁니다. '제대로' 하는 게 가치가 없어요.

제가 월드 앳 워를 만들었을 때도 수많은 버그에 대처해야 했었는데요. 이 영상을 보면 AI 동료가 그 자리에 20초 동안 멍하니 앉아 있죠. 그런 일이 매번 일어납니다. 가령 AI 캐릭터 밥이 계단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코너에 걸려서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하죠. 그걸 '제대로' 고치는 방법은 캐릭터 스크립트와 길찾기 코드를 살펴보고 더 잘 작동하게 고치는 겁니다. '빠른 해법'은 복도 끝 쯤에 커피 테이블을 둬서 밥이 길을 우회해서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게 왜 문제를 해결해주는지는 몰라요. 씨발, 알 필요 있습니까. 앞으로 고쳐야 할 치명적인 버그가 30개 더 있는데."

그리고 콜옵 시리즈 개발에 참여했다는 다른 유저의 첨언도 있었습니다.

"콜옵 시리즈는 레벨을 플레이하면서 항상 끝내주는 일이 일어나야 됩니다. 어느 지점에서 끝내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끝내주는 일을 일어나게 만들도록 할당 받죠.

만약 코너에 있는 사람이 언제든지 총에 맞아 극적으로 죽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럼 카메라 바깥에서 총알이 날아오게 하거나, 폭발이 일어나거나, 어떤 AI가 무조건 그 사람을 쏘도록 스크립팅하거나 합니다. 모든 레벨이 이런 식으로 스크립팅되요. 게임이 완성될 즈음에 플레이어가 진짜로 해야 하는 건 트리거를 올바른 순서로 작동시키는 것 밖에 안 남죠."


Posted by 밝은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tox 2012.10.30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콜옵에 숫자가 늘수록 스크립트로 떡칠되가는건 알았는데,
    그냥 엄폐만 하고 있어도 클리어가 되는 지경일 줄은 몰랐네요.

    글구보니 월드 앳 워도 몇몇 민가나 전차 타고 길 밖으로 이탈하려 해도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못 지나가는 일도 있었죠.

  2. BlogIcon 먹튀 검증 2018.08.06 1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