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시리즈(1, 4, 5, 6, 9, 택틱스, 12)의 전투 시스템을 설계한 이토 히로유키의 1UP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

파판에 참여하기 전에 RPG를 해본 적도 없었다고 하네요. 인터뷰어와 미식 축구 이야기를 시도(하려고 했다가 인터뷰어가 잘 몰라서 실패)하고 F1 이야기를 하는 걸로 보아 굉장한 스포츠 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FF1의 전투 시스템 디자인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기본적으로 전투 시스템을 만드는 데 영감을 얻었다할 것은 없었어요. 이 롤플레잉 게임에 효율적인 전투 시스템을 만들자는 논리적인 과정이었습니다. 그 답을 구한 거지요. 그래도 그 근원이라고 한다면 프로 스포츠에서 나온 기본적인 시스템이 있네요.

어떤 스포츠였나요?

NFL이요. 미식 축구가 가장 가까울 것 같네요.

알 것 같습니다. 파티가 양쪽에 줄지어 서있고 차례를 번갈아서 행동하니까...

네, NFL과 비슷한 게 많죠. 플레이가 미리 계획되고, 양쪽이 전략을 가지고 있는 점들이요.

그 전에 비디오게임이든 테이블톱이든 RPG는 많이 플레이해보셨나요?

아뇨.

그러니까 장르에 대해 잘 모르고 만들면서 새로운 접근법을 취한 거군요?

그렇지요.

[...]

작년에 제가 토키타 타카시 씨랑 인터뷰했을 때 FF4 이야기를 하셨죠. 이토 씨가 액티브 타임 배틀(ATB)을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게 레이싱 게임 사랑에서 왔다고요.

당시에 저는 이런 종류의 게임이 결국에는 실시간이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완전히 실시간으로 할 수는 없지만 실시간에 가까워지고자 했습니다. 거기서 태어난 시스템이에요. 실시간에 더욱 더 가까워지려고 한 거죠. 하지만 너무 액션 요소를 많이 넣으면 유저들이 소외되겠죠. 그래서 액션 같은 게임인데 액션 요소는 없게 하자 생각했어요. [웃음] 빠른 반사작용은 필요 없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액션을 넣지 않으면서 액션 게임 같은 환상을 만들었나요?

그 질문에 답을 생각할 때 떠오른 게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였습니다. 자동변속기가 달린 차는 기어 변환이 모두 자동으로 되지요. 한 번 기어를 움직여주는 것 말고 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동이라고 해도 지루하지 않으려면 할 게 있어야 해요. 그래서 자동으로 만들면서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기처럼 플레이어에게 할 것을 줘서 자신이 과정 안에 있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당시 F1에는 반자동변속기가 도입되고 있었어요. 사람이 기어를 움직이지만 클러치 페달은 없는 거지요. 수동 변환이 자동 안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런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어 과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이지만 자신이 실제보다 더 행동을 주도하는 환상을 줄 시스템을 구현하려 했습니다.

ATB는 5편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4편에서는 모든 행동에 시간이 걸려서 커맨드를 선택한 뒤에도 실행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요.

시스템의 자연스러운 발전이었습니다. 4편을 만들면서도 시스템은 완성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팀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고나서 그렇게 발전시켜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ATB가 최적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생각하는 지점이 있었나요?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발전의 완성이 있었습니까?

아직 최적의 ATB가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 생각엔 하드웨어와 메모리 문제 같아요. 처음에는 항상 그런 걸 신경써야 되었습니다. 이제 정확히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최적의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다 오진 않았습니다. 갬빗 시스템에 대해 물어보실 거지요?

물어보지 않을 수 없죠. 12편의 액티브 디멘션 시스템은 반자동 시스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갬빗 시스템을 만든 동기는...온라인 게임을 해보면 말이죠. 파티 멤버들이 정확히 원하는대로 행동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갬빗 시스템은 그런 욕망에서 나온 겁니다. 4편의 몬스터들이 행동하는 방식이랑 비슷한...알고리듬이랄까, 행동방식이랄까. 그게 갬빗 시스템의 기반입니다. NFL 팀이 플레이북을 만드는 거랑 비슷하죠.

그러니까 파이널 판타지 12의 파티가 행동하는 기반이 되는 기술과 알고리듬은 슈퍼패미콤 때 만든 게임에서 몬스터가 행동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거군요.

네.

잡 시스템 이야기를 아직 안 했네요. 3편의 잡 시스템을 만들지는 않으신 걸로 압니다만, 5편과 택틱스에서는 굉장히 개선되었죠. 특히 12편의 조디악 인터내셔널 잡 시스템에서는 더 그랬고요. 어떤 방법과 철학으로 잡 시스템을 발전시켰나요?

사람들은 쓸만한 사람이 되자는 욕구가 있죠. 잡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그런 욕구에서 나온 겁니다. 자신이 쓸만해지고 싶은 역할을 찾는 일이에요. 그리고 잡[직업]을 말할 때는 현실적인 것도 많이 연상되죠. 현실에도 역시 직업이 있으니까요.

판타지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완벽한 접점이라고 생각해요. 판타지든 현실이든 이 부분에서는 모두 동일한 동기와 욕구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잡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그걸 염두에 둬요. 만들라고 지시하는 건 프로듀서지만 저는 계속 그 요소를 마음에 두려고 합니다. [웃음]

파이널 판타지 5 이전, 가령 파이널 판타지 3, 심지어 위저드리의 클래스 시스템을 보면 기본 클래스 위에 있는 상위 클래스가 존재하죠. 파이널 판타지 3에서는 모두가 마스터하고 싶어하는 슈퍼클래스로 현자와 닌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이널 판타지 5에는 딱히 그런 게 없었어요. 모든 클래스에 가치가 있어서 어빌리티를 섞고 맞춰야 했었지요.

저는 기본 직업이 상위 직업보다 열등하다는 데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본 직업 역시 게임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식으로 잡 시스템을 만들든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상위 직업을 따로 두는 건 나중에 자연스럽게 됩니다. 게임의 세계 설정과 맞추려고 노력하니까요. 이야기에 어떤 계급 체계가 있거나 게임 세계에 어떤 계급 철학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시스템에도 반영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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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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