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컴 신작 "엑스컴: 에너미 언노운"의 리드 디자이너 제이크 솔로몬의 록, 페이퍼, 샷건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 참고로 엑스컴 신작은 문명 시리즈로 유명한 파이락시스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 팀은 제가 발목을 잡았음에도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2년 반 쯤 전에 저는 완전히 길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전략 프로토타입을 두 개 망쳤죠. 그 중에는 카드 게임 같은 턴제 방식을 도입한 것도 있었어요. 믿겨지시나요? [...] 이렇게 거대한 팀과 스튜디오, 이름값이 등 뒤에 있는데 모두들 "이거 결국 재미있어지는 거 맞죠?" 라는 듯 자기를 쳐다보는 순간을 시드 마이어는 '어둠의 계곡'이라 칭합니다. 저는 "네, 네, 그럴 거에요" 답하지만 결국엔 모두 내던집니다. 불평하는 건 아니에요. 게임 디자이너라는 일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만, 그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드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예전에는 항상 [시드 마이어를] 위에 두고 일했어요. 시드를 위에 두고 일하는 건 훨씬, 훨씬 더 쉽습니다. 시드가 만든 걸 플레이해보고 "여기 좀 구리네요"하면 시드는 "아, 그렇군요"하니까, 마치 제가 훌륭한 디자이너인 것마냥 생각하게 되죠.

시드 마이어에게 어떻게 게임을 바꾸면 좋은지 이야기해줬다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결국 제가 디자이너가 되고 나니 "망할, 내가 뭘 하는 거야" 싶죠. 그렇게 프로토타입 두 개를 망쳤습니다. 멋진 팀이 훌륭하게 일하는데 저는 계속 일을 망친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슬슬 저를 불안하게 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드에게 프로토타입을 망쳤다고, 제대로 안 된다고, 엑스컴 같지 않다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시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답했습니다.

시드와 저는 종이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위에 세계지도를 그리고 주사위와 작은 병정들을 갖췄죠. 시드는 바닥부터 전략 게임을 하나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엑스컴 같기를 원했기 때문에 원작의 규칙을 몇 가지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주 동안 매일 오후 엑스컴의 보드 게임 버전을 만들어나갔죠.

그러다 시드와 저의 방향성이 어긋나기 시작했어요. 시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저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시드도 프로그래머고 저도 프로그래머인데, 종이 위에서는 더 나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한 겁니다. 그래서 시드는 주말동안 각자 따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둘 다 플레이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보니 말할 필요도 없이 시드 것이 저보다 좀 더 좋았죠. 이 시점부터 저는 두 개의 아이디어를 혼합한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굉장한 순간이었죠. 돌아보면 '멋진 일이었네' 싶은데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좌우간 열세 살의 저에게 가서 나중에 시드 마이어의 사무실에서 보드게임을 만들게 될 거라고 말한다면 좋아 죽었을 겁니다.

Posted by 밝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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